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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발효 이야기]아삭한 피클(장아찌)를 만드는 과학적인 방법.요리이야기 2023. 9. 14. 10:48
오늘은 장아찌(피클)를 맛있고 아삭하게 만들 수 있는
"과학적인" 방법을 소개해드리고 자 합니다.
봄, 여름에 나는 다양한 제철 채소를 이용해 담근 장아찌는
한 철 내내 우리 밥상을 책임져 줄 아주 훌륭한 반찬이죠.
특히, 한국인의 소울푸드 삼겹살을 구워 먹을 때,
삼겹살의 느끼함을 잡아줄 수 있는 장아찌 하나만 있으면
다른 반찬이 필요 없답니다.
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,
장아찌를 담가보신 분들은 모두 한 번쯤 겪어보셨을 겁니다.
"레시피 대로 잘 따라한 것 같은데, 왜 아삭하지 않고 물러졌을까?"
그 속에는 과학적인 이유가 있는데,
오늘 그 방법을 소개해 드리고
이제부터 맛있고 아삭한 장아찌를 만들 수 있게
도와드리겠습니다.
그럼 먼저, "장아찌에서 느껴지는 아삭한 식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?"에 대한 질문부터 풀어보겠습니다.
현재까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장아찌나 피클에서 느껴지는
아삭한 식감의 주요 요인은 식물 속 펙틴(pectin)에 의한 것이고,
이 펙틴(pectin) 물질의 분해가 장아찌가 물러지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합니다.
펙틴의 구조(네이버 지식백과) 식물 세포벽에 존재하는 팩틴(한국식물학회) 펙틴(pectin)은 여러 가지 조건에서 분해가 되는데,
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펙틴의 분해효소인
Pectinesterase (PE, PM), Polygalacuronase (PG)라고 합니다.
여기서부터 조금 어려워지니, 결과만 알고 싶으신 분은 스킵하시고 가장 아래로 스크롤을 내리시면 됩니다.
위의 두 가지 펙틴 분해효소(PE, PG)는 각각의 최적 활성 조건과 불활성 조건을 가지는데,
이 분해효소들을 불활성화시킴으로써, 장아찌를 아삭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.
*Pectinesterase (PE)는 펙틴에스테라아제라 하며, 펙틴의 메틸에스테르 결합을 가수분해하여 펙틴산과 메틸알코올로 분해하는 효소.
*Pectinesterase (PE)의 최적 조건 pH 6.0~9.0 / 최적온도는 40℃ 내외.
불활성 조건 pH 3 이하 / 70도 온도에서 10분 이상 / 저온(냉장)의 온도에서 보관
*Polygalacuronase (PG)는 폴리갈락투로네이스라 하며, α-1,4 결합한 균일다당인 펙틴산을 가수분해하는 효소.
*Polygalacuronase (PG)의 최적 조건 pH는 3.5~5 / 최적온도는 40℃ 내외.
불활성 조건 pH 3 이하 / 90도 온도에서 15분 이상
[출처:네이버 지식백과]
하지만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. 이 두 가지 분해효소를 불활성화시켜하는데,
불활성 조건을 보았을 때 PG의 불활성 조건이 너무 까다롭니다.
(90도 온도에서 15분간 채소를 삶는다면 채소 자체가 아예 물러져 버릴 겁니다.)
하지만 다행히도 PE의 불활성 조건만 맞춰주면 PG는 자연스럽게 불활성화가 됩니다.
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.
PE가 펙틴의 메틸에스테르 결합을 가수분해하면 유리 카르복실기를 가진 펙틴이 생성되는데, 이 사슬(a-1,4 결합)을 PG가 공격하여 갈락투론산(galacturonic acid)으로 분해한다.
[출처:열처리조건이 오이지의 질감에 미치는 영향(논문. 1989)]
PE가 활성화되면서 만들어지는 부산물을 PG가 사용하며 활성화되는데,
그 부산물이 없다면 PG는 당연스럽게 불활성화가 되는 거죠.
결론적으로 장아찌를 아삭하게 만드는 방법 = PE 불활성화로
식초의 비율을 높여 pH 3 이하의 장아찌양념을 만들거나,
장아찌양념을 끓여 부어 70도 온도에서 절이는 방법
또는 장아찌를 담근 직후 냉장보관하여 먹는 방법
이 있겠습니다.
3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한다면 더 아삭한 장아찌를 만들 수 있겠죠.
과학적인 이론은 어렵지만 결론만 보자면 간단한 방법으로
장아찌를 아삭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.
<참고자료>
네이버 지식백과
윤선, 이진실, 홍완수. 1989. 열처리조건이 오이지의 질감에 미치는 영향.
오영애, 이만정, & 김순동. 1990. 염지 오이피클의 숙성 중 펙틴질의 변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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